SeeU 로 만든 곡중 현재까지 가장 인기가 높은 곡이라고 알려진 [천년의 시] 란 곡을 어제서야 비로소 들어봤습니다. 첨에는 어디 있는 곡인 줄 알았는데, 자작곡이라더군요... 게다가 작곡/작사가가 18세 고등학생이란 소문이 있던데... 털썩.
들어보지 않으셨던 분들은 일단 한 번 들어보시죠. 플레이타임은 16분 41초. 1001초입니다. 여기서부터 범상치 않죠.
목소리를 다듬은 수준은 1. 봄새벽은 꽤 상당한 편이나, 나머지는 그럭저럭인 수준입니다. 발음 자체가 명확히 들리지 않는다는 한계는 1. 봄새벽에서도 나타납니다. 다만 국악이 들어간 스타일에 어울리게 매우 많은 정성을 들여 억양과 톤을 조절했고, 덕분에 일반적인 보컬로이드의 곡들과는 상당히 다른 굉장히 독특한 스타일이 되었습니다.
전반적인 곡의 구성은 국악과 서양 악기, 전자 악기를 교묘하게 잘 섞은 형태로 구성되어 있으며, 독특한 코드 구성은 아니고 반복되는 부분이 많은 편이나, 4파트 16분이라는 긴 구성과 국악에 어울리는 목소리 톤으로 이를 커버하여 단조로움을 감추고 있습니다. 가사의 경우도 어색한 부분이 종종 눈에 띄지만, 이를 역시 전체라는 흐름에 끼워넣어서 어색함을 잘 다스리고 있죠.
이 곡이 감탄스러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인데, 단순히 악기로서 국악에 쓰이는 구성을 넣은 것 뿐만이 아니라 목소리 자체를 그에 맞췄다는 점입니다. 어색한 부분이 종종 드러나긴 하지만, 만드는 것 자체부터 어려울 뿐더러, 이러한 시도 덕에, 이전까지 일본 측의 보컬로이드 스타일에 묻혀서 지낸 한국 스타일의 독특함을 보여줄 수 있다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굉장하다고 봅니다.
곡의 구성이 4계절에 맞추어 4개로 되어 있고, 그 중 3번째 파트를 가사 없는 연주곡 (하지만 목소리는 나옵니다) 으로 넣어 둔 것 등 곡의 구성 자체도 상당히 인상적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3번의 구성은 또한 다른 파트와는 달리 뉴에이지 계열에 가까운 구성을 가지고 있어서 하나의 곡에서 다채로움을 맛볼 수 있기도 하죠. 4번째 파트는 3번의 분위기와 1, 2번째 파트의 분위기를 섞고 있고, 최종적으로는 처음으로 귀환해 가며 마무리됩니다. 이야기를 가진 앨범 단위에서 종종 사용하는 기법인데 (비교적 잘 알려진 것으로는 이승환의 앨범 CYCLE 이 이 구성이죠) , 곡 자체가 4파트의 사실상 싱글앨범 이상의 볼륨을 갖추고 있으며 내부에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구성이라고 봅니다. 이런 루프식 구성은 루프를 통해 나타나는 [무한] 등을 포함한 다양한 신비로운 이미지들을 포함하면서 위와 같은 구성으로 곡의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데에 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곡의 길이를 의도적으로 1001초로 만든 것도 그렇고, 4파트간의 구성, 가사를 통한 이야기 표현 등 곡에 대해 상당히 정성스럽게 설계했다는 점도 돋보입니다. 사실 16분짜리 곡을 만드는 것 자체부터가 대단한데, 그걸 4파트로 나누고 길이까지 맞췄다는 것에서 혀를 내두르게 되더군요. 물론 이런 방식의 시도가 이전에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만 국악의 형식을 도입한 작곡에 시유가 가진 요소, 기타 전설 등 이것저것 요소를 잘 버무려 이런 식의 결과물을 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소문에 따르면 18세 고등학생이 작곡/작사했다던데,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놀라운 일이라 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몇몇 군데에서 남는 이 곡의 아쉬움들은 충분히 납득하고도 남을 만 합니다. 더불어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된다 할 수 있겠죠. 이 곡 자체가 독립된 형식이라 다음 곡에서 이만큼 해줄지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쉽지 않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이런 멋진 곡을 들을 수 있게 해 준 상록수님에게 감사의 말을 드리며 이만 마무리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