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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경험

더위

by 썰렁황제 2009. 10. 1.

  1년 전에 살던 연립에서 제 방은 반대편 연립과 고작 1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에 있었습니다. 손을 조금만 뻗으면 건너편 벽을 손으로 짚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덕분에 창문을 열어도 바람이 거의 통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워낙 방이 좁아 산더미처럼 쌓였던 짐은 그나마 아주 약하게 들어오는 바람마저 모두 막아버렸습니다. 거기에 PC 가 놓여 있었으니 열기는 더욱 심했죠. IPTV 셋탑박스까지 동반하여 각종 어댑터들과 함께 막대한 열기를 뿜어냈습니다. 게다가 하필이면 제 방 벽쪽으로 냉장고의 뒷면까지 있었기 때문에 여름이면 가열되는 냉장고의 열기는 그대로 제 방 벽면을 뜨겁게 가열시켰죠.

  덕분에 한여름이 되면 방 안의 온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솟았습니다. 오히려 낮의 경우는 그나마 건너편 연립이 완전히 막고 있었기에 햇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아 (물론 이 때문에 제 방은 밤낮이 전혀 없었지만 말이죠. 무조건 전등을 켜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남향에 큰 창으로 빛이 있는대로 쏟아져들어오는 안방에 비하면 좀 덜 더운 편이었습니다만 밤의 경우에는 그런 자비를 얻을 수가 없었죠. 마루에서 방문을 열면 뜨거운 열기가 쏟아져 나올 정도였습니다. 추정하기에 3-4도 이상은 더 높았던 거 같네요.

  전기세 덕에 에어콘을 계속 틀어놓을 수도 없는 노릇. 항상 선풍기를 3단으로 놓고 있었습니다만, 그것마저도 소용이 전혀 없었습니다. 워낙 방안이 더워서 선풍기 바람 자체가 뜨거웠던 만큼 선풍기는 있으나 없으나 거의 소용이 없었습니다. 선풍기를 돌려도 항상 몸이 땀으로 흥건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결국 그해 여름이 가기 전에 선풍기 모터가 굳어버렸습니다. 잠잘 때도 깨있을 때도 그것도 3단을 놓고 3달정도 거의 항상 선풍기를 돌려대고 있었으니 모터가 버텨낼 리가 없었죠. 윤활유 몇 번 칠해주고 쑈를 했지만, 워낙 마모가 심해서 결국은 완전히 늘어붙어버렸더군요. 뜯어보니까 사방으로 금속가루가 튀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그냥 깡으로 버텼습니다만... 정말 힘들더군요. 매번 사우나를 하는 것도 아니고 참...

  덕분에 원래 더위에 상당히 약한 편입니다만 상당한 내성이 생겼습니다. 올해 여름 들어오고 나니 확실히 알겠더군요. 뭐 이사도 한 덕에 열이 꽤 잘 빠지는 형태가 되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컴퓨터가 2대인지라 열이 2배가 되어버려서... 사실 이번 여름에도 결국 선풍기는 하나 태워먹었지만 말이죠 ㅎㅎ.

P.S

  겨울철에는 아버지께서 추위를 잘 타시는지라 보일러를 항상 강하게 트는 편인데, 보일러 덕을 항상 가장 많이 보는 방은 거의 대부분 안방이 아니라 건넌방이더군요. 덕분에 겨울에도 더위로 죽어나는 편입니다. 원래 0도 쯤의 기온은 가까운 거리는 그냥 반팔차림으로 나갔다 올 정도로 추위를 안 타는 편인지라 겨울에 이렇게 뜨거운 건 정말 끔찍하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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