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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기/게임

Fantasy Masters - 1편

by 썰렁황제 2005. 4. 19.

사진 1 - 오프라인 버전의 판타지마스터즈

회사에서 Eternal Dream, 아니 아직 이름도 정해지지 않은 TCG 게임을 제작하기로 막 결정하고 한참 룰에 대해 고민하던 2002년 2월 경에, 당시 그래픽 담당이셨던 서린언니 님이 지인을 통해 “이런 게임이 개발중이다.” 라고 하면서 소개해 주셨던 게임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이번에 언급하려고 하는 Fantasy Masters 이지요.

사실 회사에서 TCG 게임을 제작하려고 한 계기는 당시 시장에 TCG 라는 장르가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씀드리면, 1998년도에 사이어스 엔터테인먼트에서 “Ragnadawn” 이라는 TCG 게임이 나왔습니다만, 유료화에는 실패하고 3년동안 베타테스트를 진행하다가 회사가 망해버렸죠. 그래서 아예 안 나온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Ragnadawn 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른 포스트에서 다시 언급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생각하고 TCG 를 개발하기로 결정한 상태에서 Fantasy Masters 의 이야기를 들었으니 당연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질 수 밖에 없었죠. 그래서 대뜸 사이트에 접속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당시 Fantasy Masters 는 오픈 알파 테스트라는 상당히 희한한 테스트를 진행하는 중에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알게 된 시점이었는지 그 해 3-4월 사이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알파 테스트는 요즘이나 그때나 사실 대부분 사내에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죠. 실제로 진행된 테스트는 공개적으로 접속해 수행할 수 있었지만, 광고 등은 전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아는 사람만 접속하는, 클로즈 베타와 알파 테스트의 중간정도 느낌이었습니다. 지금은 가입일자가 2002년 8월 1일 ?베타테스트 시작일 - 로 재조정되어 있어 당시 참여했다는 것을 보여드리지 못하는 건 아쉽네요 ^.^;

제오닉스㈜ 사이트에 접속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Fantasy Masters 를 개발하기 위해 회사가 설립된 것이 2001년 9월입니다. 그 전에 회사가 아닌 팀 단위로 존재했었을 수도 있다는 가정을 제외한다면, 2002년 2월 시점은 말 그대로 프로토타입이 막 완성된 시점 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때문에 당시 접속한 상태에서 컨텐츠는 꽤 미비한 상태였습니다. 오히려 놀랍게도 클라이언트는 거의 다 완성되어 있었습니다만… (이 인터페이스는 제가 마지막으로 접속해 봤던 2004년 11월까지도 거의 변화 없이 계승되어 사용되고 있죠) 그런 탓에 게임 자체는 꽤 싱겁기 그지 없었고 카드 종류도 매직 더 개더링과 비슷한 분류를 가진 상태에서 140종류라는 상당히 부족한 양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게임 자체에 대해서 그다지 기대를 가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당시 동접자수가 20을 못 넘었던 상황이라 플레이 할 사람이 너무 부족해서 플레이 할 사람을 만나기가 너무 어려웠죠. 그런 점을 보게 되자, 특히 당시 간단한 TCG 를 생각하고 있었던 팀 입장에서는 TCG 만으로는 컨텐츠의 다양성이 부족하고, 여타 게임과는 달리 혼자서 플레이 할 수가 없다는 결점을 들어 TCG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혼자서도 진행할 수 있는 추가적인 게임 요소를 별도로 기획하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말 그대로 “약 1년간의 헛수고” 가 시작된 시점이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은 다음 해 1월 초, Fantasy Masters 가 막 유료화를 한 시점 - 2003년 1월 11일 - 에 다시 접속해 보고 나서였습니다. 그렇게 흥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당시 동접자는 400을 기록했고, 유료화 이후에도 거의 떨어져나가지 않았죠. 게다가 오픈알파 -> 오픈베타 -> 정식서비스를 거치면서 게임의 운영방침과 시스템을 천천히 변회시켜 나가면서 온라인에서 생기는 문제점의 충격을 적절히 흡수해 냄으로써 이전의 다른 TCG 게임들과는 달리 성공적으로 게임을 유료화 궤도에 올려놓았습니다. 무엇보다 사실 더 쇼크였던 것은 1년도 안되는 기간동안 140여 종류의 카드를 1천2백 종류로 늘려놨다는 것이죠. 물론 안 쓰이게 된 카드가 상당히 많았긴 했지만, 카드 숫자는 그걸 제외하고서도 남을 정도의 양이었습니다.

당시 Eternal Dream 제작팀은 2002년 8월 게임의 프로토타입을 만든 이후 TCG 와 연동되는 다른 게임쪽에 대한 기획 아이디어가 고갈되어, 프로젝트 포기를 결정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Fantasy Masters 쪽을 다시 보게 되자 TCG 라는 컨텐츠를 작게 생각했다는 것, 그리고 플레이 할 사람이 없다는 약점을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잘못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경영진까지 프로젝트 포기 이야기가 올라갔을 때, 기왕 만든 것 끝까지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결정이 나왔고, 이렇게 되자 팀은 결국 다른 사이드 컨텐츠를 모두 폐기하고 오직 TCG 쪽에 모든 것을 다 투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것이 2003년 1월 중순이었고, 이후 4월 전시회를 거쳐 5월 16일 클로즈 베타 서비스를 열게 됩니다. 말 그대로 초고속 개발이었죠. 더불어 제 일생의 최고의 고난이었기도 했구요.

댓글10

  • 서린언니 2007.03.29 19:22

    나에게도 고난이었지 -_-;;;; 타이밍 좋게 여러가지 개인적인 일까지 겹쳐서...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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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썰렁황제 2007.03.29 19:24 신고

      그 때 정말 끔찍했죠...4개월만에 게임 하나 만드는 거였으니... 당시 너무 마음이 조급한 나머지 2주동안 회사에 머물며 2-3시간밖에 안잤는데도 졸지도 않고 새벽 6시면 어김없이 일어나서 바로 코딩에 들어갔던 것이 기억나네요... 아마 2주평균 하루 18시간 코딩은 앞으로도 절대 못해먹을 것 같습니다 -_- 혁민형은 그 때 무리한 코딩으로 다친 손목이 아직도 안나아서 고생중입니다...

  • big2200 2007.03.29 19:25

    2~3시간 수면에 나머지 전시간을 일을 하시다니, 대단하세요 ;ㅅ; 여담으로 라그나돈이란 게임은 예전에 클베할때도 아마 이런 아이디 쓰셨던 분이 있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오픈베타때는 못뵜었지요. 판마가 상당히 이드 개발에 영향을 끼친셈이군요. 판마가 안나왔으면 이드도 못볼뻔했고 [...;] 개발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엠퍼러님이나 옥션님같은분들의 고생이 눈에 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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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썰렁황제 2007.03.29 19:28 신고

      그때는 지금도 이해가 안갈 정도로 어떻게 그렇게 되더라구요 >.< 지금 그렇게 했다가는 아마 병원신세 질 듯 합니다 @.@... 라그나돈 님은 저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 그 분이 라그나돈을 무척 좋아하셨고, 사실 3년동안 베타 테스트만 했다는 이야기도 그분께 들었습니다.. 클베 초기 당시 여러 분들이 왔다 가셨는데 참 아쉬운 분들이 많아요.. 판타지마스터즈는 게임 컨셉 자체는 이드에 거의 영향을 끼친 부분이 없지만, 반대로 가능성과 운영 면에 있어서는 많은 지침이 되었습니다. 물론 실제 정책은 반대로 간 것도 있었지만요.. 사실 판타지마스터즈의 운영방식과 게임 룰은 개인적으로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전 쓰는 것만 빼구요 >.<

  • lis861128 2007.03.29 19:29

    아...이렇게 열심히 일해서 만든 이드가 없어졌다는것이 저로써는 정말 슬프네요...아직도 이터널드림을 잊지못하는 유저가.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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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썰렁황제 2007.03.29 19:30 신고

      Eternal Dream 이 이제까지 제가 한 프로젝트로서는 정말 몸도 마음도 다 바친 프로젝트였습니다 ^.^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게임 컨셉들의 상당부분을 끌어와 넣었던 게임이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개발이 중단된 상황이 더욱 아쉽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게임의 저작권 문제만 어떻게 답을 내면 개인적으로는 다시 만들어보고 싶은데, 아직은 어느 것 하나 여유가 없네요.. 최소한 구 서버라도 돌릴 수 있으면 좋은데 말이죠 T.<

  • kiyo시리즈 2007.03.29 19:31

    썰렁님 메신저 쓰시는거 뭐있으세요? 이야기라도 한번 해봤으면 좋겠어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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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썰렁황제 2007.03.29 19:32 신고

      옙 제 메신저 주소는 iemperor@netian.com 입니다. 그런데 최근 프로젝트 마감의 압박으로 이번주까지는 말씀 나누기가 어려울 거 같아요.... 수면 시간 외에는 계속 일을 하는 중이라.. 엉엉

  • slowly87 2007.03.29 19:33

    ㅠ 이드 부활은 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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