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31 2C54 업데이트 및 몇 가지 다른 내용을 가장 하단에 추가했습니다.
일단 3줄 요약부터.
소리: 흠.....
노이즈 캔슬링: 오 이것이...
노이즈 수용: 이건 정말 강력하다!
사실 전 초창기 에어팟 살 생각이 없었습니다만... 어쩌다 보니 에어팟 1을 샀고, 2에서 레이턴시가 줄어든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마자 구매를 하게 되어 이미 2개나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왜 굳이 별 차이없는 2를 구매했느냐면... 게임 위주로 플레이하다보니 레이턴시 감소가 상당히 큰 영역을 차지해서 말이죠.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만족했습니다만, 2출시 후 얼마 되지 않아 노이즈 캔슬되는 물건이 나온다는 소문이 들렸고...에이 설마? 하다 갑자기 별 이야기도 없이 덜컥 발매가 되어 버렸죠.
리뷰를 보니 노이즈 캔슬 / 외부 소리 유입기능이 정말 탁월하다고 해서 이 점 때문에 결국 또 지르게 되었고, 결국 출시 이틀 전 예약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전파인증에 걸려 1달은 걸릴 줄 알았는데... 아이고 내돈 ㅜㅜ. 이럴 줄 알았으면 2는 넘겼어야 했는데.. 애플 이넘들 요즘 라인업이 엉망진창이란 말이죠 ㅜㅜ.
아무튼 어쨌거나 구매를 했고, 결국 13일에 도착해서 포장을 뜯게 되었습니다.
택배 패키지 뜯으니, 애플스러운 비닐에 묶여 있고, 이내 제품 패키지가 나옵니다.
에어팟 프로 패키지 역시 이렇게 옆면으로 비닐 뜯는 손잡이가 있습니다. 요즘 애플 제품은 이제 모두 이게 들어가 있네요.
이것도 언제나 보는 그 느낌. 깔끔하게 잘 되어 있습니다. 설명서 쉽게 빼라고 홈 파놓은 것도 여전.
드디어 패키지 등장. 역시 반투명 비닐로 싸여 있습니다. 집어 올리기 쉽도록 손잡이 부분이 있는 것도 그대로.
에어팟 프로 케이스를 빼올리면, 과거 에어팟 제품과는 달리 아래에 뭔가 더 있다는 표시가 이렇게 있습니다. 물론 저 표시는 커널형 특성상 필수가 되는 이어팁이죠. 귀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만큼 서로 다른 사람 귀의 크기에 한 개의 사이즈로 맞추는 건 무리가 있죠. 아무튼 이렇게 친절하게 표시해 주어, 팁이 있다는 표시를 해 줍니다. 기존 에어팟의 경우 밑에 뭐가 더 있다는 이야기가 없어, 동봉된 케이블을 인지하지 못하고 박스를 그대로 버리는 일이 종종 있었죠.
빼내면 이렇게 생겼습니다. 접착제 같은 고정 없이 저 손잡이 형태의 부분이 잠금 고정 역할을 해 줍니다. 요걸 열면...
요렇게 Small 팁과 Large 팁이 있습니다. 고정은 그냥 종이 턱으로 되어 있어서 살짝 뽑으면 쏙 뽑히고, 다시 꾹 누르면 꽂힙니다. 종이만으로 간결하게 포장 설계는 정말 잘 한 거 같습니다. 이런 면에서도 애플 답달까요.
사진은 여기까지...
본격적인 체험글 이전에 먼저 말씀드리면, 이어폰은 사람의 귀 구조 등에 따라 사람마다 편차가 큰 제품이기 때문에 제 경험과 다른 분들의 경험이 차이가 꽤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 점을 참고하시고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이 리뷰를 완성한 시점은 구매 후 약 20일 정도 사용한 상황입니다.
소리
처음 들었을 때 사운드는 '어 이거 소리가 왜이래...' 였습니다. 일단 무선에 AAC코덱이 가지는 한계점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 점을 빼고서라도 사운드의 밸런스는 제 취향과 꽤 먼 편입니다. 우선, 기존의 에어팟과 비교하여 밸런스가 중저음 쪽에 좀 치우쳐 다른 대력이 가리는 느낌이 있고, 압축포맷으로 인한 손실로 느껴지는 걸리는 소리도 기존 에어팟과 비교하여 아주 크게 개선되진 않았습니다. 다만 에어팟의 경우 특정 영역 (보통 고역) 에서 째지는 소리가 거슬리는 편이었는데, 에어팟 프로는 이 부분은 없어졌습니다. 대신 소리 갈라지는 느낌이 전반적으로 둔탁해진 느낌이구요. 그런데 노이즈 캔슬링을 끄면 이러한 걸리는 소리들이 줄어드는 차이가 있는 거 같습니다. 평소에는 끌 일이 없어서 그냥 쓰는데...
반면 공간감 재현이 우수해졌고, 초저역과 저역 부분에 대한 체감이 확실히 좋아졌습니다. 사운드 내 소리 발원지 간 거리가 크지 않은 곡들을 들을 때는 쉽게 체감하기 어렵지만, 이게 좀 차이가 있거나 아예 환경을 전제하는 (예를 들어 몇몇 게임들) 사운드에서는 기존 에어팟과 비교해서 상당한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종종 특정 곡을 듣거나 특정 유튜브 영상들에서 어? 이렇게까지 된다고? 가 느껴질 정도구요. 반면 그렇지 않은 곡들에서는 차이가 느껴지지 않아 메리트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더불어 악기들의 디테일도 구 에어팟에 비하면 확실히 늘어 있는데요. 처음에 들었을 때는 압축음원에 의한 걸리는 느낌? 계단 티나는, 앨리어싱이라 해야 하나 그 느낌 때문에 가리지만, 여러 종류 들어보다 보면 의외로 꽤 디테일이 살아있는 걸 느끼게 됩니다.
여기까지 쓴 내용 보면 대강 짐작하시겠지만, 에어팟 프로는 소리가 상당히 취향을 탈 만한 소리입니다. 어떤 분은 "뭐 이 정도면 괜찮은데? 돈 더 쓴 소리가 나네" 라고 하실 수도 있고, 어떤 분은 "엑 소리가 이게 뭐임... 구린데?" 할 수도 있다는 거죠. 저에게 있어서도, 일단 소리 취향은 제 스타일이랑 거리가 있고, 들으면서도 납득할 수 있는 부분과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명확히 갈라집니다.
노이즈 캔슬링
전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 이게 처음이기 때문에 다른 제품과 성능을 비교해 쓰기는 어렵구요. 일단 에어팟 프로에 한정해서 말씀드리려 합니다.
우선 반복된 중저음 환경 노이즈는 거의 완벽하게 걸러줍니다. 딱 켜는 순간 갑자기 고요----멍 한 느낌으로 샤악 바뀝니다. 일단 선풍기 소리도 안들리고, 제가 일하는 꼭대기 층에서 나는 옥상의 공조기 진동 소음도 모두 사라집니다. 광역버스 탑승 후 이 기능을 켜면, 버스의 엔진 및 진동음이 모두 사라지고, 기능을 끄는 순간, 와 원래 이렇게 시끄러웠나? 를 느끼게 됩니다.
반면, 일정치 않은 소리는 잘 못거르는 편이며, 특히 키보드 자판 치는 소리는 상당히 잘 들립니다. 분명 소리가 작긴 작은데 키보드치는 소리 자체는 생각보다 꽤 들립니다.
사람 말소리의 경우 상당히 많이 줄어듭니다. 이 때문에 바로 옆 분이 그냥 적당한 소리로 이야기하는 건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말소리처럼 들리지도 않아서 못들을 수도 있습니다. 큰 말소리도 중저음 다 날아간 상태로 상당히 작게 들리는 편입니다. 당연하지만 말소리 듣기 위해서는 반드시 켜야 합니다.
의외의 부분은, 커널형의 경우 특성상 어디 걸어다닐 때라든가 할 때 몸의 진동이 귀의 저음으로 울려퍼지는 편인데, 노이즈 캔슬링을 켜면 걷는 정도에서 발생하는 이런 소리는 대부분 깎아줍니다. 덕분에 커널형임에도 불구하고 착용 후 움직일 때 상당히 편한 느낌이 듭니다. 모처의 리뷰를 보면 몸쪽 진동도 노이즈 캔슬링으로 잡아주는 것 같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 느낌입니다. 다만 좀 세게 진동이 퍼지면 저음이 울려오며, 이 기능이 오동작한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광역버스 맨 뒷자리처럼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위치 (광역버스 맨 뒷자리는 바퀴에서 제일 멀기 때문에 지렛대 효과로 요철 충격을 받으면 가장 크게 튀죠) 에서는 충격받을 때 귀를 압박하는 쿵 하는 저음이 들어옵니다.
전반적으로 꽤 유용하며, 백색소음이 과한 사무실 등에서 주변 소리를 차단하는데에 꽤 유용해서, 음악 안듣더라도 귀마개 대용으로도 쓰실만합니다.
그리고, 노이즈 캔슬링이 특정 대역을 날려 발생하는, 귀가 먹먹한 현상이 있는데... 음 이건 겪어보셔야 아는 거라 뭐라 말씀을 못드리겠네요. 회사에 있는 방음실? 녹음실? 에 들어갔을 때 겪었던 느낌이랑 비슷한데.
노이즈 수용 (Transparency) 기능
사실 에어팟 프로가 정말 탁월한 기능이라면, 바로 이건데요.
처음에 썼을 때는, "와 이게 정말 돼??"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안낀 거랑 낀 거랑 차이를 거의 못느끼는 수준이었거든요.
공간감이 아주 명확해서 소리 전후와 상하도 명확히 구분되고, 그냥 이어폰 안낀 것처럼 다 들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극히 근거리 (에어팟 프로 낀 귀 근처로 손을 아주 가까이 댄다든가 등) 에서는 티가 나고, 가끔 이어폰이 커버 못하는 대역의 소리는 그 차이로 인해 위화감이 느껴지는데 이 위화감이란 것도 뭔가 잠시 귀에 낀 듯한 느낌이고 바로 사라집니다.
다만, 한 20일 정도 쓰고 다니다 보니, 실제 소리와는 다소 차이가 느껴지기는 하고, 바깥 소리에 비해 조금 소리가 덜 들리는 편입니다. 제가 말소리를 조금만 시끄럽거나 안들려도 잘 못알아듣는 편인데. 확실히 안 꼈을 때와 꼈을 때 차이가 느껴졌거든요. 제 느낌에는 실제 소리와 비교하여 90~94%정도 느낌입니다. 하지만 차이가 느껴진다고는 해도 무언가 귀에 끼웠다 정도의 느낌에 가깝고, 인위적인 느낌이 매우 낮습니다.
이 기능 덕분에 에어팟 프로는 배터리가 다 떨어지기 전까지 항상 끼고 다닐 수 있는 물건이 되었습니다. 이 노이즈 수용 기능을 켜면, 노멀 에어팟보다 훨씬 외부 소리가 잘 들립니다. 대충 에어팟의 경우 저의 경우는 30%정도의 소리를 못듣는 편이었거든요. 특히 위에 언급드린 대로 전 말소리를 노이즈 많을 때 정말 못알아듣기 때문에 에어팟의 30%정도 감쇠만 해도 말소리 듣기가 상당히 힘들어지다 보니 차이를 많이 느낍니다.
근데 이 정도로 잘 되면, 단지 외부 유입 소리 잘 들려주는 것 뿐만 아니라, 원본 소스가 입체감 잘 되게 녹음되어 있다면 그것도 매우 잘 재생해 줄 것이라는 건데... 제 소스 중에 그런 게 별로 없다 보니 좀 찾아봐야겠네요.
착용감
기본적인 착용감은 일반적인 커널형과 크게 차이가 나는 편은 아닙니다만, 좀 더 귀에 압력이 덜 가는 느낌입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다른 리뷰어들의 리뷰와는 달리, 초기에 장시간 착용 시 귓구멍이 좀 아팠습니다. 정확한 통증 원인은 잘 모르겠네요. 다만 며칠 착용하고 나서부터 이런 통증은 사라졌습니다.
귀에서 뺄 때 이어팁이 잘 뒤집어지도록 빠지게 되어 있는데, 그 덕인지 커널형 이어팁이 귀에서 빠지면서 귀 안의 공기를 빼내면서 귀가 먹먹해지는 현상이 거의 없습니다. 일반 커널형 쓸 때에는 무심코 그냥 빼다가 고막에서 뽀각 하는 소리가 나서 안좋은 경우가 많았고, 이 때문에 귀에서 뽑을 때 항상 신경을 많이 써야 했는데, 에어팟은 20일 정도 쓰면서 그런 문제를 전혀 겪지 못했습니다. 이 점은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귀에 잘 들어가고 에어팟에 비해 확실히 끼워 지는 것은 맞는데, 자리가 좀 미묘하게 안잡히는 느낌도 있어서, 끼우고 난 다음에 다소 위치를 조정하는 편입니다.
마치며
전반적으로 봤을 때, 이번 에어팟 프로는 기존 에어팟에 비해 음질 향상이 있지만, 음질 자체만 놓고 보면 음 굳이 이돈으로 이걸 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좀 있지만,
노이즈 캔슬링 기능 및 노이즈 수용 기능이 강력해서 이 점으로 충분히 살 만한 가치가 있고,
귀에서 뺄 때 부담이 없다든가, 노이즈 수용 모드의 강력한 외부 소리 재현 능력 및, 커널형에서 들리는 각종 충격 소음들의 감쇄 등, 수시로 착용하고 있어도 부담이 없도록 많은 부분에서 신경을 쓴 점이 보입니다.
기존 에어팟부터 있었던 강력한 연동성이 가지는 편의성은 그대로 가지면서 말이죠.
아마도 이번 에어팟 프로는, 애플이 이러한 일상에서의 상시 편한 착용을 노리고 이런 제품을 만든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는 에어팟 때처럼, 대화 등에서 불편을 느껴 일시적으로 사용하고 빼는 것과는달리, 에어팟 프로는 한 번 착용하면 배터리가 떨어질 때까지 귀에서 빼는 것을 잊게 만들 정도입니다.
특히나 저는 여러 장비에 다 페어링시키고 다니다보니, 그냥 사용중인 장비의 출력만 원터치로 바꾸면 사운드가 바로 나오는지라 더욱 귀에서 뗄 일이 없게 되었죠. 이거야 원래 에어팟 시절부터 되던 거긴 하지만요.
2C54 업데이트 이후 소리 변경 관련
일단 유튜브 등지에서 소리 분석된 결과를 보면 주파수 스펙트럼의 변화사항도 좀 보이고 소리도 달라졌다는 평이 있는데요.
실제로 업데이트 언제 되었는지도 정확히 파악 못했는데 어느 날부턴가 소리가 좀 바뀌어 있길래 귀가 적응한 건가? 아니면 뭔가 자동 업뎃이 걸려있는 건가? 했는데 며칠 전에 유튜브에서 2C54업데이트의 소리 변화 이야기 듣고서 버전을 확인해봤더니 업데이트 되어 있더군요.
일단 위에서 언급했던, 중저역에 치우쳐 이 영역이 다른 부분의 소리를 덮어버리는 느낌이 상당히 줄면서 안정적인 느낌이 되었구요. 좀 더 고음이 깔끔하게 뽑히는 느낌이 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제는 소리가 꽤 만족스러워졌고, 취향 갈린다는 이야기를 할 여지가 줄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긴가민가 했던 노이즈 캔슬링 / 노이즈 수용 적용 시와 아예 기능을 껐을 때의 소리 차이도 좀 더 명확해졌는데, 켜면 확실히 중저역이 좀 더 세지는 느낌이 납니다. 다만 초기 펌웨어에서는 저 위에 쓴 대로 제 취향과 거리가 먼... 그리고 별로 만족스럽지 못한 소리였는데, 지금은 그런 문제는 많이 줄었구요. 중저역이 늘어나는 건 원래의 의도인지 사이드 이펙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건 사람 귀 모양의 영향을 받을 거란 생각이 들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