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의 주된 내용은 함선 Eternity 에 적용된 각종 최신 이론들에 대한 보완 및 재검증과 각 시설들의 최종점검계획절차였다. 대부분의 내용들은 이미 모이기 이전부터 온라인상을 통해 협의되었고, 실제 내용은 내부 시설의 각 구역을 직접 답사하여 검토하는, 비교적 형식적인 부분만을 다루게 되었다. 하지만 참여한 이들이 많은 만큼 전체적인 구성은 상당히 복잡할 수 밖에 없었고, 덕분에 전반적으로 지루한 분위기가 계속되었다.
상당히 오랜 시간 진행된 회의가 끝나고 참석자들의 대부분은 반쯤 지친 모습으로 회의실을 하나 둘씩 나가기 시작했다. 몇몇 서로 안면이 있는 이들은 나가는 도중에 서로 인사를 나누며 약간의 담소를 가졌다. 밀리어는 조금 전 리젤 박사의 이야기가 생각나 리하르트를 만나보려 했지만, 리하르트에게 먼저 이야기를 건 것은 그녀가 아닌 라인리히 박사였다. 그 둘에게 다가가야 할 지 말아야 할 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을 때, 그녀에게 다른 이가 말을 걸어왔다.
"어머, 밀리어?"
밀리어는, 오랫동안 들어보지 못했지만, 분명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았다. 그녀의 시선 위로 화려한 금발 곱슬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아, 넬린?"
밀리어는 의외의 얼굴을 이곳에서 보게 되자 다소 놀랐지만, 이 곳에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기쁜 표정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어쩐 일이야? 이곳에까지 올라오고? 계획에 참여했었다는 소리는 전혀 못 들었는데."
"나도 갑자기 불려왔어. 난데없이 아만에서 연락이 와 버린 탓에 말야."
순간 밀리어는 앗 하고 소리를 지를 뻔 했다. 그건 아만 사가 자신들이 원하는 인재들을 자신들의 세력권 안에 놓기 위한 제스쳐가 아니던가. 그녀는 과거 자신의 중립금속이론을 적극 지지해 주면서 서서히 자신들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만들었던 아만 사의 일이 떠올랐다. 넬린은 오랫동안 자신의 연구를 그다지 주목하지 않던 것에 내심 아쉬워하고 있었으므로, 아만이 그녀를 노리고 있었다면, 데리고 오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밀리어가 갑자기 어두운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넬린은 잠시 표정이 굳어졌지만, 이내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가 걱정스러운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밀리어, 어디 안 좋은 데라도 있어?"
밀리어는 표정을 제어하지 못한 자신을 탓했다. 넬린이었다면 아마도 아만이 그런 식으로 자신을 끌어들이려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을 테고, 그렇다면 이런 표정은 이렇게 저렇게 보아도 그녀에게 좋아 보일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원하는 대로 표정을 바꾸는 데 익숙치 않은 밀리어는 다소 어색하게 미소를 떠 올리며 어두운 표정을 지우려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씁쓸한 감정이 자리잡고서 그녀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다행히 넬린은 아만의 이야기를 별로 하고 싶어하지는 않은 것 같았고, 화제는 다른 곳으로 향하게 되었다.
라인리히 리젤은 회의가 끝나자마자 발표준비위원 중 하나였던 리하르트 아이젠슈타인 박사에게 바로 다가갔다. 그의 주변은 여러 참석자들이 인사를 나누기 위해 다가와 조금 북적이는 편이었고, 그 때문에 라인리히는 그가 바로 떠나기 직전에야 비로소 그를 만나볼 수 있었다.
"아이젠슈타인 박사."
"아 리젤 박사님. 오랜만이시군요."
언제나 기운차고 자신있는 모습. 그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리하르트는, 그렇지 못했던 자신의 젊은 시절과 비교하며 부러워하곤 했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아까는 고생했습니다. 준비하는 게 꽤 힘들었겠어요."
"뭘요. 이 정도야 초기 설계 때에 비하면야 아무것도 아닌 일입니다. 오히려 박사님이 더 고생하셨지요."
형식적인 인사. 그에 대한 응답.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에 어떻게든 한 번 만나뵈려 했었는데 이렇게 회의장에서부터 저를 직접 찾아 주시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오히려 제가 빨리 찾아뵙지 못한게 죄송한걸요?"
그가 자신을 만나려고 했었다는 사실에 라인리히는 적잖이 놀랐다. 자신이야 '그 일' 때문에 그를 찾는다고 하더라도 그는 왜?
"저를 찾으실 일이 있으셨다니 의외로군요. 아무튼 그렇다면 잘 된 일입니다. 간단히 뭐라도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도록 하지요."
라인리히는 다소 복잡한 심경이 되었지만, 일단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대략 파악이 되리라 생각하고 리하르트와 함께 회의장을 나섰다.
상당히 오랜 시간 진행된 회의가 끝나고 참석자들의 대부분은 반쯤 지친 모습으로 회의실을 하나 둘씩 나가기 시작했다. 몇몇 서로 안면이 있는 이들은 나가는 도중에 서로 인사를 나누며 약간의 담소를 가졌다. 밀리어는 조금 전 리젤 박사의 이야기가 생각나 리하르트를 만나보려 했지만, 리하르트에게 먼저 이야기를 건 것은 그녀가 아닌 라인리히 박사였다. 그 둘에게 다가가야 할 지 말아야 할 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을 때, 그녀에게 다른 이가 말을 걸어왔다.
"어머, 밀리어?"
밀리어는, 오랫동안 들어보지 못했지만, 분명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았다. 그녀의 시선 위로 화려한 금발 곱슬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아, 넬린?"
밀리어는 의외의 얼굴을 이곳에서 보게 되자 다소 놀랐지만, 이 곳에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기쁜 표정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어쩐 일이야? 이곳에까지 올라오고? 계획에 참여했었다는 소리는 전혀 못 들었는데."
"나도 갑자기 불려왔어. 난데없이 아만에서 연락이 와 버린 탓에 말야."
순간 밀리어는 앗 하고 소리를 지를 뻔 했다. 그건 아만 사가 자신들이 원하는 인재들을 자신들의 세력권 안에 놓기 위한 제스쳐가 아니던가. 그녀는 과거 자신의 중립금속이론을 적극 지지해 주면서 서서히 자신들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만들었던 아만 사의 일이 떠올랐다. 넬린은 오랫동안 자신의 연구를 그다지 주목하지 않던 것에 내심 아쉬워하고 있었으므로, 아만이 그녀를 노리고 있었다면, 데리고 오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밀리어가 갑자기 어두운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넬린은 잠시 표정이 굳어졌지만, 이내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가 걱정스러운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밀리어, 어디 안 좋은 데라도 있어?"
밀리어는 표정을 제어하지 못한 자신을 탓했다. 넬린이었다면 아마도 아만이 그런 식으로 자신을 끌어들이려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을 테고, 그렇다면 이런 표정은 이렇게 저렇게 보아도 그녀에게 좋아 보일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원하는 대로 표정을 바꾸는 데 익숙치 않은 밀리어는 다소 어색하게 미소를 떠 올리며 어두운 표정을 지우려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씁쓸한 감정이 자리잡고서 그녀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다행히 넬린은 아만의 이야기를 별로 하고 싶어하지는 않은 것 같았고, 화제는 다른 곳으로 향하게 되었다.
라인리히 리젤은 회의가 끝나자마자 발표준비위원 중 하나였던 리하르트 아이젠슈타인 박사에게 바로 다가갔다. 그의 주변은 여러 참석자들이 인사를 나누기 위해 다가와 조금 북적이는 편이었고, 그 때문에 라인리히는 그가 바로 떠나기 직전에야 비로소 그를 만나볼 수 있었다.
"아이젠슈타인 박사."
"아 리젤 박사님. 오랜만이시군요."
언제나 기운차고 자신있는 모습. 그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리하르트는, 그렇지 못했던 자신의 젊은 시절과 비교하며 부러워하곤 했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아까는 고생했습니다. 준비하는 게 꽤 힘들었겠어요."
"뭘요. 이 정도야 초기 설계 때에 비하면야 아무것도 아닌 일입니다. 오히려 박사님이 더 고생하셨지요."
형식적인 인사. 그에 대한 응답.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에 어떻게든 한 번 만나뵈려 했었는데 이렇게 회의장에서부터 저를 직접 찾아 주시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오히려 제가 빨리 찾아뵙지 못한게 죄송한걸요?"
그가 자신을 만나려고 했었다는 사실에 라인리히는 적잖이 놀랐다. 자신이야 '그 일' 때문에 그를 찾는다고 하더라도 그는 왜?
"저를 찾으실 일이 있으셨다니 의외로군요. 아무튼 그렇다면 잘 된 일입니다. 간단히 뭐라도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도록 하지요."
라인리히는 다소 복잡한 심경이 되었지만, 일단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대략 파악이 되리라 생각하고 리하르트와 함께 회의장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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