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iPad 발표는 생각만큼 충격적이지 않다는 평이 많습니다. 뭐 전 발표 실황을 본 게 아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는 뭐라고 하기 어렵지만요.
iPad 발표 전, 사실 저도 iPad 에 대해 반응이 시큰둥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왜 이런 애매모호한 물건에 일생의 숙원이라는 이야기를 한 것인지부터 시작해서, 타블렛 PC 의 실패 등등을 떠올리며 애물단지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오늘 발표에 대한 몇 가지 소식을 듣고서야 비로소 노리려는 목표를 깨닫게 되었죠. 그걸 깨닫고 나서야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멀티 터치 지원, e-Book 의 용이한 지원과 인터넷 서포트, 일반적인 노트 수준의 크기. 넷북보다 살짝 비싼 저렴한 가격. 자 이걸로 할 수 있는 것은? 기존의 서적과 종이 문화를 갈아치우겠다는 겁니다 이거.
당장 저만 해도 대학 시절, 교재와 넷북, 노트 3가지를 들고 다니면서, 교재를 보고 넷북에 필기하고, 그림은 노트를 사용해 추가하는 방식을 썼습니다. 하지만 교재가 e-book 으로 나온다면? 다 필요없죠. 그냥 iPad 하나만 들고다니면 됩니다. e-book 으로 보며 필요한 데에 밑줄 긋고 설명 추가하고, 기타 어플로 그림같은 것을 추가해 그려서 저장하고, 필요하면 바로 다양한 웹 어플들 (블로그, 구글의 오피스 등등) 에 전송해버리면 됩니다.
그 뿐만이 아니죠. 회사에서 회의 중에 칠판에 그리는 다이어그램과 같은 것들, 이거 어떻게 회의록에 남기나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iPad 에 외장디스플레이 꼽아 그려놓고 있다 저장하고 팀원들에게 복사하든가 공용저장소에 업로드하면 끝입니다. (*주1) 이미 아이폰 어플로 디바이스간 손쉬운 전송 어플들은 수없이 존재하므로 팀원들도 iPad 를 쓴다면 엄청 쉽게 전송해 줄 수 있죠. 거기에 인터넷까지 되니까, 필요한 자료는 그때그때 바로 회의 중 언제든지 화면에 바로 표현할 수 있고, 다른 팀원들도 손쉽게 자신이 표현하는 바를 자신의 아이패드를 통해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이미 이런 부분은 아이폰에서 적잖이 쓰이고 있고요.
그리고 이 모든것이 가능하게 되는 가장 핵심 요소는 가격입니다. 넷북보다 조금 비싼 정도, 거기에 통신사의 지원금과 할부정책까지 포함하면 아이폰 하나 장만하는 레벨로 손쉽게 장만할 수 있다는 점은, 얼리어답터가 아닌 일반인도 손쉽게 구매해 쓸 수 있다는 거죠. 이미 아이폰만큼의 직관적 인터페이스는 그런 장벽을 낮춰주고 있고 말입니다.
원래 윈도즈 진영의 타블렛 PC 가 이런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물건입니다만, 일단 너무나 "비쌌고", 무거웠고, 터치 기능이 부실했기에 망했습니다. 후자 2개는 어떻게 되었을지 몰라도 가격 장벽은 너무나 컸죠. 무게와 크기를 보완했던 UMPC 규격 역시 가격 장벽이 가장 치명적인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다른 큰 이유 중 하나는 터치의 부실) 이를 비웃듯이 대성공한 것이 바로 넷북이죠. 기능이고 뭐고 없고 다 부실했지만 저렴한 가격 하나로 모든 걸 다 뒤집어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으로부터 얻어낸 노하우를 바탕으로, 오래 전부터 스티브 잡스가 원했던, 종이 기반의 문화를 전자화 시키는 것의 최종적 단계 중 첫 걸음으로 아이패드를 내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이 제품의 몇 단계 진보된 모델에 얼마 전 개발되었던 박막형 디스플레이 + 컴퓨터 플랫폼이 나타나겠죠.
주1* 아이패드의 비율은 영상물의 기본 기준인 와이드 비율이 아니라 4:3을 맞추고 있습니다. 해상도는 1024x768. 물론 가격에 맞추기 위한 적절한 조치라 할 수 있겠습니다만, 공교롭게도 이 비율은 업무용으로 사용되는 현존하는 많은 프로젝터들의 기본 지원 해상도이기도 합니다. 아이패드에 대한 오피스군의 지원과 함께 숨겨진 면모 중 하나이기도 하죠. (으윽 황금비 부분 수정했습니다 -_- 틀려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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