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그러니까 7월 15일 오후 2시 쯤에 샀습니다. 요즘 이슈라는 맥북 레티나 디스플레이.
하위모델 기본형입니다. 256G SSD, 8GB RAM.
사진으론 별로 티가 안나네요; 설치 직후입니다.
처음 보면 뭐 그냥 뉴 아이패드의 레티나 보는 기분 정도입니다. 1440x900 화면을 레티나로 보여주는 거라 공간 관점에서는 전혀 메리트가 없거든요.
그런데 다른 모니터 보다가 보면 눈이 썩습니다 -_-. 바로 옆에 있는 아이맥이 그나마 2560x1440 인지라 멀리서 보면 조금 나은 편이지만, 그냥 맥북 프로 보면....으윽. 내가 어찌 이런 걸 보고 살았지 하는 느낌? 다만 캘리브레이션은 그렇게 잘 된 편은 아닙니다. 기존 맥북 프로가 아이맥과 비교했을 때 그낭저냥 맞게 나와 준 것과는 달리, 이번 맥북 레티나 디스플레이 모델은 뉴 아이패드 초기생산분량과 비슷하게 적색계로 치우쳐져 있습니다. 색역 자체는 좀 더 넓은지 전반적으로 좀 더 화사하게 보입니다만, 적색 경향이 도드라지는 부분 때문에 좀 마음이 상하더군요.
기본 화면 모드는 1440x900을 레티나로 보여주는 것입니다만, 1680x1050 모드와 1920x1200 모드를 레티나로 보여주는 것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1:2 가 아니라 좀 비율이 달라지죠) 하지만 해상도 자체를 저걸로 바꾸는 것과는 달리 폰트와 이미지 등이 매우 깔끔하게 렌더링 됩니다. 일반 PC 나 노트북에서 해상도 바꾸는 거 생각하시면 안되는 이유가 이것.
실제로 돌아다니는 어플 중에 현재 화면을 강제로 특정 해상도로 바꿔주는 어플이 있는데, 이걸로 1920x1200모드로 바꿔 보면 바로 화면이 티가 확 납니다. 엄청 흐려지죠.
더불어 전체 해상도인 2880해상도로도 세팅 가능한데, 한번 설정해 보면, 아 이래서 2880 해상도 모드를 환경설정에 안만들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깨알같이 나옵니다. 저도 2880 해상도가 없어서 불만이라 어플을 깔고 설정해 본 건데, 몇 번 설정해 보고 그냥 얌전히 환경설정의 1920x1200 대응모드로 쓰고 있습니다 -_-.
확실히 이런 부분에서 애플이 단순히 레티나라는 게 언론 플레이만은 아니라는 게 드러납니다. 고해상도의 디스플레이 + 해당 디스플레이를 커버하는 OS와 소프트웨어 + 정책과 전략을 모두 포함한 것이랄까요. 아이폰의 기본 디스플레이와 레티나 디스플레이 간에도 한 번 나타났죠.
더불어 이번 맥북 레티나 디스플레이에서 알 수 있는 점이 하나 있는데, 정수배 해상도가 아닌 해상도도 소프트웨어적인 지원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1920x1200 모드가 2880x1800 에 매핑될 때 아주 깔끔하게 잘 매핑되는 편이죠. 이거 보면, 아이폰 5의 기본 해상도가 960x640 의 배수 형태가 아닌 형식으로 나올 수도 있겠구나 +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자에게는 여전히 320x480 좌표계를 제공할 것 같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급의 해상력을 가지니까 가능한 거긴 하죠.
다시 맥북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돌아와 보면. 무게는 무겁습니다. 기존 맥북 프로 13인치 무게니 가볍다곤 말 못하죠. (맥북만 따로 들고 다니면 들고다닐만 하긴 합니다) 다만 15인치와 비교하면 당연히 가볍고, 17인치와 비교하면 넘사벽입니다. 그리고 13인치와 비교해도 약간 가볍긴 한데, 두께가 얇다 보니 상대적으로 더 날렵해 보이고, 특정 상황에서 덜 묵직하게 느껴지는 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두께 덕에 이전 모델에 비해 훨씬 세련되어 보입니다.
외장 그래픽카드인 엔비디아의 GT650M 성능은 1680x1050해상도에서 디아를 풀옵으로 돌려도 60프레임을 뽑아주는 성능을 지녔습니다. 2048 해상도에서는 30프레임 정도까지 나오는 편이고, (1920은 뭔가 이상하게 텍스쳐가 깨져나옵니다) 2880은 10프레임대로 나옵니다. 솔직히 2880은 아무래도 무리죠. 일반 PC 용에서도 저정도 뽑아내려면 그래픽카드가 허덕이는데. 아 물론 소음은 후덜덜합니다. 두께가 두께니 만큼.
OS 렌더 화면은 텍스트만으로 구성될 때는 괜찮은 편이나, 이미지가 많고 복잡한 구조를 가진 웹 페이지를 스크롤 할 때에는 퍼포먼스가 떨어집니다. 2880 해상도를 렌더하기에는 인텔 HD4000 으로는 많이 버거운 거 같습니다. 하지만 통상의 바탕화면을 제스쳐로 사용시에는 매우 높은 퍼포먼스를 보입니다. (일반 모델과 차이가 거의 없을 정도)
사용시간은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이미지가 많은 웹 사이트 접속 및 윈도 원격제어를 통한 서버 작업 등을 수행했는데 (덕분에 무선랜이 불티나게 돌아갔으리라 봅니다. 렌더하느라 정신도 없었을 거고) 5시간 정도 배터리가 유지되었습니다. 결국 소진되지 않고 1시간 조금 못되게 남았는데요. 그럭저럭 가볍게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사용시간은 5-6시간 정도인 듯 합니다. 2880 해상도 렌더하는 데 소모되는 전력을 고민해 본다면 제법 괜찮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귀찮아서 사진이 없는데, 나중에 시간이 나면 좀 찍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입고일이 가까워져서 정신이 없네요. @_@ 오늘도 회사에서 3일만에 돌아온 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