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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기/서적

이야기 가야사 재미있군요

by 썰렁황제 2009. 8. 3.

  2002년에서 2004년 사이쯤에 역사 관련 서적을 사볼까 하면서 돌아보던 중에, 제가 다니던 시절 중고등학교 국사시간에서는 크게 비중있게 언급되지 않았던 가야사에 흥미가 생겨서 "이야기 가야사"라는 책을 사게 되었습니다. 이후 몇 번 읽기는 했는데 매번 까먹어서 지금도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_-

  정확히는 요 책입니다.
  
  이야기 가야사 - 가야는 신비의 왕국이었나 [김경복, 이희근 지음]
  
  위에 언급했던 대로 제가 중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비중이 그다지 많지 않았던지라 자세히 몰랐지만, 사실 가야는 일본 측에서 주장하는 임나일본부설의 핵심지역인 관계로 실제 한-일 역사학계에서는 이래저래 상당한 이슈가 되었던 부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장 이 책만 하더라도 임나일본부설이 한 파트를 통채로 차지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학교 다니던 1990년도 중반에는 잘 다루지 않았으니 이래저래 많이 아쉬울 뿐입니다. (라고 이야기해도 제가 잊어버렸을 수도 T.T)

  한 권의 책으로 가야사를 모두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당시 역사에 대해 상당히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가야를 포함한 당시 한반도 남부의 정세는, 기원전 6-5세기 경 지중해의 정세를 생각하게 할 정도로 다채롭고 복잡하더군요. 1-6세기까지의 역사를 왜 3국시대라는 세 나라의 역사로 한정하고 있나 할 정도로 말이죠.

  뭐 제가 책의 내용을 여기서 다 언급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흥미로운 사실 몇 가지들만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시 한반도 남부의 정세를 대충 보면, 그리스 도시국가를 연상케 하는 가야 연맹을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백제, 동쪽으로는 신라, 북쪽으로는 고구려가 있고, 해상을 통해서는 왜가 있어서 이들 4개국이 복잡한 외교, 정치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가야를 제외한 3개국이 가야에 대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전쟁과 외교를 통해 여러가지 방법으로 주변국들을 견제했던 상황과 가야 연맹국이 이러한 관계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것들을 자주 볼 수 있더군요.
  가야가 이러한 분쟁의 핵심이 된 이유는, 가야가 당시 한반도의 핵심적인 철 생산지였기 때문이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발굴된 유물들을 보면, 당시 백제나 신라, 왜를 뛰어넘는 철제 부장품들을 포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역사서에서도 가야와 무역을 통해 양질의 철을 여러 국가들이 공급받았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야의 위치가 해상무역하기 좋았던 낙동강 남부를 끼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교역은 굉장히 활발하게 일어났죠.

  이 때문에 5세기 이후부터 백제와 신라가 가야에 대한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한 영향력이 강해집니다. 한편 왜의 경우는 6세기 이전까지 철기 제조에 필요한 철을 대부분 가야에서 조달한 것으로 언급되고 있는 관계로 가야와의 무역이 필수였기에 가야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외교적 통로 (이 책에서 임나일본부는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일종의 영사관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몇 가지 역사적 사실을 통해 증명하고 있습니다) 를 유지하는 한편, 가야 및 백제계 사람들이 일본 열도에 내려와 몇몇 지역에 거주하게 되기도 합니다. 물론 그것이 가야나 백제의 일본지역 지배를 이야기하고 한다고 하지는 않는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당시 역사 기록에 따르면 이들이 당시 일본 정권으로부터 하나의 가문으로 인정받고 이후 왜가 가야와 백제 등의 외교 관계를 수행하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러한 각 국가간의 세력간 경쟁이 한반도 남부에 얽히고 거기에 더불어 각 가야 연맹이 연맹의 주도권과 가야의 자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5-6세기 한반도 역사는 정말 다채롭게 진행됩니다. 가야의 각 연맹국들이 하나하나 신라에 편입되어 완전히 멸망하기까지 말이죠.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임나일본부설과 같은 일본의 한반도 지배설도 부정하지만, 한편으로 당시 한반도 국가들이 일본 지역을 지배했다는 판단도 섣부른 해석이라고 언급하고 있는 만큼, 현재 밝혀진 역사적 사실을 확대 해석하지 않고 비교적 중립적 입장으로 씌여져 있다는 점입니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이 책에서 언급하는 당시 한반도 남부의 국제관계는 어느 한쪽이 지배했다는 학설에 비해 훨씬 다채로운 모습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몇몇 역사적 추정에 대한 주석이 충분치 않고, 정보의 한계성으로 인한 몇몇 추정들이 설득력이 다소 충분치 않다는 점 (일례로 가야연맹체 국가명에 대한 추정 부분같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에 대해 본문에 좀 더 언급해 주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들이 있습니다. 물론 중요한 핵심적 인용문은 주석이 아니라 아예 본문에 언급을 하고 있는 만큼 읽기는 편합니다.

  여러 가지 역사적인 문제로 인해 당시 가야의 기록과 유물들이 유실되지 않았다면 (특히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이 임나일본부설의 증거품을 위하여 기록도 제대로 하지 않고 당시 가야의 유물을 무자비하게 캐내 갔다고 하더군요) 당시 가야 역사에 대해 훨씬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 너무나 아쉬울 뿐입니다. 앞으로도 가야사와 더불어 당시 한반도 남부 정세에 대해 더 많은 사실들이 밝혀져 부족한 이 나라의 역사를 더 많이 채워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특히나 컨텐츠 크리에이터의 입장으로서는 말이죠.

P.S
    다른 적절한 가야 관련 역사서 아시는 것이 있으시면 덧글로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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