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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경험

긴머리의 고통

by 썰렁황제 2009. 7. 25.

  사실 저도 여성분들 긴 머리를 무척 좋아합니다. 뭐 짧은 머리는 짧은 머리대로 좋은 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은색 긴 머리에 제가 좀 약하다는 점은 제가 그린 그림이라든가, 이전 모 게임의 캐릭터 설정이라든가, 제가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서 좋아하는 캐릭터들이라든가에 자주 나타납니다. 물론 그 이상의 요소로 안경이 있지만 그건 다음에 이야기하기로 하죠.

  뭐 아무튼 긴 머리가 좋긴 좋은데 말이죠. 이게 정작 제가 길러보니 무진장 힘들더군요 -_-. 음 제가 어느 정도냐면, 현재 4년 2개월째 기르고 있고 길이 자체는 엉덩이까지 내려온 상태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기른게 두 번째네요. 제가 21세기 들어와서 이발을 딱 3번 했으니까, 사실상 항상 머리카락이 길었다고 볼 수 있겠죠. 아무튼 어지간한 여성분들보다 훨씬 긴 건 맞습니다.

  긴머리의 힘든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무겁다. 무진장 무겁다.

  이건 머리 숱 적은 분들은 별로 해당이 안되시리라 생각합니다. 일단 제가 머리숱이 좀 많은 편입니다. 뒷머리쪽은 글케 많진 않다고 하는데, 앞머리쪽은 좀 처절하게 많습니다. (목 윗부분도 좀 끔찍하게 많은 편입니다) 덕분에 머리카락을 뒤로 그냥 흘려 묶어버리면 한 서너 시간 쯤 되면 목이 뻐근해집니다. 원래 머리도 커서 목에 부담이 많이 가는 편인데, 머리카락의 무게로 으아악. 이건 머리를 옆으로 묶어보면 바로 티가 납니다. 한쪽으로 묶었을 경우 머리가 무게 때문에 그쪽으로 기울어져요 T.<
  제가 최근 트윈테일을 많이 그리고 있는데,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긴머리에 머리 숱 많으면 이거만큼 편한 게 없거든요. 최고의 솔루션은 상투를 트는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요즘 시대에 상투 틀고 다니려면 아예 도포자락을 입는 게 아닌 이상 어렵겠죠.
  아무튼 머리카락 무게로 인해 어깨와 목 근처 근육에 항상 통증이 심하고 피로가 쌓여있습니다. 그래서 자주 맛사지를 해 주든가 근육이 쉬도록 머리를 어딘가 편한 데에 두어야 해요 T.T

  2. 머리 감기 힘들다.

  뭐 당연한 것입니다만, 머리카락이 길면 길수록 머리 감는 시간과 머리 건조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스포츠 머리와 같이 짧은 머리면, 머리 감고 건조하는 거까지 다 포함해서 10분? 그정도가 고작입니다만, 머리가 길면 감는데만 30분 이상이 걸립니다.
  게다가 짧을 때와는 달리 다음과 같은 문제가 추가적으로 발생합니다

  1) 머리를 너무 자주 감을 수 없다.
  머리가 길면 길수록, 끝 부분의 마모도가 심해지고 강도도 약해지기 때문에, 너무 자주 감으면 손상도가 생각 외로 심해집니다. 뭐 린스 쓰면 많이 양호해지지만 말이죠. 게다가 시간도 너무 오래 걸려서 자주 감기가 힘듭니다 T.T 전 2-3일 마다 한번씩 감네요.
  문제는 그렇다고 샤워를 건너 뛸 수는 없기 때문에 샤워할 때 머리를 묶어서 올리지 않으면 답이 없습니다. 전 몰라서 그냥 대충 합니다 -_-

  2) 헤어 드라이어 쓸 때도 조심조심
  헤어드라이어 쓸 때 건조를 빨리 한다고 센 강도로 가까이서 사용할 경우, 머리카락에 열변성이 일어나 꾸불꾸불해집니다. 짧은 머리라면 이런 현상이 크게 티가 나지 않지만, 긴머리는 심각합니다. 따라서 건조시에도 조심조심해야 하죠.

  3) 건조가 너무 힘들다
  머리가 길면 건조시 머리 그 자체가 일종의 장벽을 형성해서, 헤어드라이어 바람도 안들어가고, 안쪽 머리카락이 건조되는 것을 바깥쪽 머리카락이 방해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수분이 머리카락 사방에 퍼져있어서 기껏 수건으로 건조시켰는데도 나중에 주룩주룩 흘러내리기도 하죠.
  게다가 수건으로 닦고 그냥 풀러버리면 등판이 홀라당 젖어버리기 때문에 만약 이를 피하려 한다면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잘 묶어 올려야만 합니다. 귀찮죠 -_- 특히 저처럼 머리크고 머리숱 많으면, 수건 한장으론 머리카락 잘 묶이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전 포기했죠 -_-
  보통 제 머리카락의 경우 선풍기나 에어콘을 동원하지 않으면 완전건조까지 3-4시간 걸립니다. 급해서 덜 건조된 상태로 머리카락을 묶었을 경우 10시간 이상 지나도 머리 감은 습기가 남아있기도 합니다. 그만큼 건조가 잘 안돼요.

  4) 뒤처리가 골치아프다.
  머리카락이 길면 길수록 머리카락의 정전기 및 서로간의 마찰력으로 뒤엉켜서, 보통때는 잘 빠지지 않다가도 목욕할 때에 우수수 빠지게 됩니다. 그게 진짜 말 그대로 솜뭉치 수준으로 나오는데요. 뭐 그거야 꺼내 치우면 되지만 문제는 이 머리카락이 수건으로 닦을 때와 건조시킬 때에도 계속 빠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일일이 보고 다 치워야 하죠.

  3. 뜨겁다.
 
  인류의 머리카락이 무진장 길게 자라는 이유 중 하나를 설명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거 무진장 덥습니다. 한겨울에는 최고죠. 목도리같은 거 필요없습니다. 그냥 머리 풀러버리는 것만으로 목도리 역할을 톡톡히 해낼 정도로 한겨울에는 후끈합니다. (그래서 머리 풀고 다닐 수 있다면 그냥 풀고 다닙니다) 반면 여름에는.... 지옥이죠. 가뜩이나 제가 더위를 많이 타고 몸에도 열이 많은 터라, 여름에는 히터 하나 등에 매달고 다니는 느낌입니다. 겨울과는 반대로 머리를 안묶으면 한여름 머리카락 뒤쪽은 열기 40도를 넘는 우왕굳 상태

  4. 사방에 흔적이 남는다.

  사실 머리카락이 길면 짧은 때에 비해 보통 때는 빠진 머리가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머리카락 자체가 워낙 길다 보니 한올 한올이 티가 확 나죠. 덕분에 눈에도 너저분한 티가 바로 나고, 길다보니 몇올 엉키면 답이 없습니다. 그래서 눈에 띄는 대로 자주 치워줘야 하죠.
  이 긴 머리 때문에 오해를 사기도 합니다. 결혼한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나중에 긴 머리카락 때문에 여자가 왔다간 줄로 오해한다거나 말이죠 -_- (전 남자입니다)



  이런 점을 아신다면, 머리 긴 여성분들 나올 때 오래 걸린다고 탓하실 게 못된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애인분들 머리 긴 걸 좋아하시는 남성분들은 저런 점을 좀 생각해 주시고, 혹시 머리 잘랐다고 너무 탓하지 마세욥. 무진장 관리하기 힘듭니다 T.T

  아 그리고 위에도 말씀드렸지만 전 남자에요 -_-.... 물론 애인은 없습니다. (왜 물론일까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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