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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기/음악,음반

창성의 아쿠에리온 OST

by 썰렁황제 2007. 4. 28.

앨범 정보는 이 쪽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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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성의 아쿠에리온

  사카모토 마야와 같이 작업할 만한 장르의 작품에서 다른 이와 작업하게 된 간만의 작품. 아마도 아라이 아키노와 헤어진 이후로는 거의 처음이 아닐까.
  여전히 여러 장르를 섭렵하는 것도 그대로이지만,  듣다 보면 몇몇 곡에서는 각 장르에서 들어보던 부분들이 여기저기 나타나긴 한다. 그리고 이는 여전히 칸노 요코의 표절 의혹을 불거지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논해보기로 하자.
 
  애니메이션 자체는 후반부로 가면 갈 수록 퀄리티가 상승하는 3D 쪽과는 달리, 배경과 캐릭터 작화는 썩 좋지 않은 편이라 (솔직히 말하면 극초반과 마지막 두 세편을 제외하면 상당히 나쁜 편이다) 곡의 퀄리티가 전반적으로 애니메이션을 한참 앞서나가는 것은 여전하다. 카우보이 비밥과 에스카플로네를 제외하면 그녀의 곡이 어울리는 작품이 드물었던 것을 볼 때 별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물론, 3D 로 표현된 전투 연출과는 후반부로 가면 갈 수록 잘 어울리는 편이고, 일반 2D 쪽의 연출에도 나름대로 괜찮게 맞물리는 부분이 있긴 하다.

  오프닝곡들의 경우 이전의 다른 곡들과, 동 시기의 다른 작품인 공각기동대의 TV 시리즈 SAC, 2nd GIGS 에 비교하면 별로 세련되지 못했다. 특히 2기 오프닝곡은 전반적인 구성에서 억지성이 보이는 편이라 칸노 요코의 곡을 항상 플레이어에 넣고 몇 년을 빙빙 돌리는 본인에게 있어서도 자주 듣기에 껄끄럽다. 그나마 인상적인 것은 중반에 나오는 엇박 한 군데. 반면 1기 오프닝곡의 경우 처음에는 상당히 어색했지만 이후 몇 번 듣게 되면 다시 듣고 싶게 되는, 나름대로 잘 구성된 곡이었다.

  감독인 카와모리 쇼지와 같이 일했던 다른 작품인 지구소녀 아르쥬나와 비교하면,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이쪽이 곡 자체의 접근성에서 볼 때 좀 더 쉬운 편이지만, 오히려 1기 오프닝곡과 같은 경우는 상당히 일반적인 구성을 지녔던 지구소녀 아르쥬나의 엔딩곡 마메시바에 비하면 꽤나 매니악한 편이다. 물론 매니악하다고는 해도, 카드캡터 사쿠라의 플라티나와 천공의 에스카플로네의 약속은 필요없어 사이 정도이고, 마크로스 플러스의 After, in the dark 정도와 같은 수준은 아니다.

  칸노 요코의 곡이 최근으로 오면 올 수록 점점 곡을 구성하는 악기의 조합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는데, 1기 오프닝 곡 또한 마찬가지이다. 다만 보컬의 비중이 다른 구성 악기와 비슷할 정도로 파묻혀 있는 공각기동대 TV 판의 오프닝곡들에 비해 이쪽은 반대로 많은 부분들이 보컬 뒷 부분에 숨겨져 있다. 비교적 목소리가 앞으로 드러나 있는 카드캡터 사쿠라 3기 오프닝인 플라티나와 비교해 보아도, 창성의 아쿠에리온 쪽이 목소리에 좀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점이 귀에 들어온다. 이런 경향은 특히 오프닝 보컬 및 작품 내 몇몇 곡들의 보컬을 담당한 AKINO 의 곡에서 나타나는데, 그렇게 되면서 어색한 곡들이 있는 것을 보면 앨범 자체의 컨셉과 칸노 요코의 특색이 서로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보컬을 맡은 AKINO 의 목소리는 사카모토 마야의 음색과 비슷한 편이지만, 좀 더 기교쪽에 치우치는 편이고, 사카모토 마야만큼 필요할 때 일정한 톤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이 점은 결국 보컬이 '악기' 로서 가지는 입지를 많이 좁히고, 곡 전반에 걸쳐 보컬이 상당히 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것이 목소리 성향이 비슷한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사카모토 마야와 차이를 보이게 되는 원인이 아닌가 싶다.

  사실 칸노 요코의 곡들은, 이전부터 보컬이 보컬 그 자체보다는 곡의 악기로서의 역할에 가까운 측면이 강했기 때문에, 가수의 색이 강한 곡으로는 부적합한 경우가 많다. 물론 야마네 마이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이런 경우 곡 자체는 상당히 평범한 형태가 된다. 울프스레인의 Stray 도 마찬가지이고. (실제로 이런 측면이 강한 카우보이 비밥은, 그전까지 칸노 요코가 자주 보여주었던 색채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아라이 아키노와 같은 사실상 작곡가에 가까운 보컬리스트가 보컬을 맡거나, 혹은 Origa 처럼 보컬보다는 악기의 측면에서 - 이 부분은 엔야와 비슷한 면이 있다 - 노래를 하는 보컬리스트가 맡는 경우가 많다. 이 양 측면을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고 있던 것이 바로 사카모토 마야였는데, 창성의 아쿠에리온에서 AKINO 가 대신하려던 이러한 역할은 결국 별로 성공적이지는 못한 듯 하다. (글을 수정한 시점인 2008년 4월 시점에서, 이를 증명이라도 하는 듯, 후속작인 마크로스 프론티어에서는 다시 사카모토 마야 + 칸노 요코 조합을 수행하고 있다)

  뭐 이래저래 말이 길었지만,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이라면 들을 만한 앨범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일단 포함된 보컬곡의 대부분은 평균 이상의 수준을 보여주므로 (라고 해도 2기 오프닝은 여전히 마음에 안들지만) 아쿠에리온을 즐겁게 본 사람이라면 사줄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본인은 칸노 요코의 팬 아닌 팬이므로 당연히 살 수 밖에 없었지만.

작성일 2007/04/28
수정일 2008/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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