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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하기/게임 개발

두 번째 고비

by 썰렁황제 2007. 1. 27.

두 번째 고비

  PizWorld 시절부터, 카드 게임만으로는 아무래도 컨텐츠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고 카드 게임을 하나의 전투방식으로 하여 진행되는 오픈 필드 형식의 MMO 게임을 항상 같이 염두에 두고 설계하고 있었습니다. 이 게임의 방식은 일종의 땅따먹기로, 점유한 땅에 자신이 가진 AI 캐릭터들을 배치하여 세력을 점유하게 하고, 이러한 AI 는 다른 플레이어가 영역에 진입하였을 때 그 플레이어와 싸워서 영역을 지키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이었습니다. 영역은 여러가지 형태로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게 설계되었는데, 그러한 대가를 고안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아이디어가 고려되지 못해서 여러 차례 기획을 뒤바꾸게 되었습니다.

  (주) 메가닉스로 팀원들이 이전한 후에는 프로토타입의 완성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했던 부분은 일단 뒤로 미룬 채 프로토타입 작업에 전념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완성이 끝난 8월 이후에 팀을 다시 재구성하면서 이 부분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고, 그러면서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바꿀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PizWorld 시절의 시스템에서는 점유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생각해 낼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기획에서는  필드 MMO 게임의 형식 대신 아바타 시스템의 변종을 카드 게임과 결합시키기로 했는데, 즉 플레이어가 획득한 카드가 플레이어가 가지고 있는 게임상의 어떠한 영역을 장식하는 용도로 사용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영역의 수준을 차별화하기 위한 부분이 시스템 상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시나리오상으로 이를 커버하는 것이 요구되었고, 이를 위해 저는 북구 신화의 세계 구성 명칭을 그대로 세계관에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훗날 Eternal Dream 본편의 시나리오에서 사용되는 중간 계층의 명칭 미드가르트는 이 때 만들어졌던 설정이 남아 이어진 것입니다. 다른 두 계층은 이 시스템이 폐기되면서 다른 명칭으로 교체되었지만요.

  아무튼 11월까지 지나가게 되면서 클라이언트 모듈은 퍼포먼스 향상을 위해 전반적으로 재설계되었습니다. 기존에 Java 의 플랫폼 독립적 GUI 프레임워크인 Swing 기반으로 설계했던 부분을 모두 다 갈아엎고, Java 의 모든 기반 이벤트 처리 시스템을 무시한 채, 풀스크린 모드에서 제공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 즉 전체 화면 페인팅 명령과 마우스의 3대 이벤트 - 버튼 누름, 버튼 뗌, 마우스오버 - 만을 가지고 기본 컴포넌트를 모조리 밑바닥부터 재설계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본적인 클래스 구성 자체는 자바가 GUI 구성 시 사용했던 디자인 패턴들을 어느 정도 재활용했지만, 자바의 페인팅 알고리즘과 이벤트 핸들링은 Exclusive 시스템과는 굉장히 거리가 먼 방식으로 처리되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완전히 새로 코딩해야만 했습니다. 아무튼 11월 말, 비로소 기본적인 요소들의 처리가 가능해진 클라이언트 GUI 프레임워크가 완성되었고, 비로소 게임 클라이언트를 다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하나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아바타 시스템의 변종으로 만들어진, 카드게임과 같이 구성되었었던 게임의 기획이었죠. 초기의 영역을 이용한 꾸미기 시스템은 변형에 변형을 거쳐, 플레이어가 허공에 뜬 섬과 비슷한 공간을 가지고 이를 장식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전투 시스템이 다시 도입되어 이러한 영역을 이용하여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다른 플레이어나 몬스터와 싸우는 기획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여전히 이러한 게임이 얼마나 재미를 가지는 지 검증되지 않았던 데다, 시스템 자체가 가지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한 적절한 해법이 제시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결국 2003년 1월. 게임팀은 장시간의 회의 끝에 이 프로젝트의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충분한 부가가치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지 않다고 판단해 더 이상의 진행을 포기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을 경영진에게 보고하게 되었죠.

  하지만 경영진 측에서는 지금까지 진행을 해 왔으므로, 일단 끝까지 한 번 완성이라도 해 보라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팀은 다시 회의를 거쳐, 더 이상의 비용 소모를 막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로 결정하고, 일단 4월 말까지 최종 결과물을 만들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굉장히 축소된 일정이었으므로 문제가 있던 MMO 시스템을 모조리 폐기하고 카드 게임 시스템에 모든 것을 올인하기로 정했습니다만, 그럼에도 일정은 여유롭지 못했죠. 카드 게임의 시스템 설계는 제가 맡고 있었기 때문에 그 이후부터 제가 게임 시스템의 기획을 맡게 되었습니다. 인터페이스 설계 부분은 seolinsis 님이 맡게 되었고, 그리하여 다시금 역할이 재분배 되었습니다. 이 때 제가 기획을 맡게 된 것이 이후 Eternal Dream 의 마지막까지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MMO 시스템

  카드 게임과 같이 플레이될 용도로 설계된, 위에서 언급했던 게임 시스템에 대한 자료는, 이후 데이터를 한 번 날리게 되면서 거의 모든 자료들이 손실되어 현재로서는 남은 자료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스크린 샷 하나도 건질 수가 없네요. 가장 아쉬운 부분입니다.

  기본적으로 이 시스템은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컨트롤하는 것이 아니라 섬 하나를 통째로 컨트롤하는 것으로 이루어집니다. 많이 틀리긴 하지만 그래도 컨셉 상 가장 유사한 시스템이라고 본다면 판타랏사를 들 수 있겠군요.

  플레이어가 획득한 카드는 플레이어가 컨트롤하는 섬 위에 적절한 방어 시스템이나 혹은 단순 장식용 건축물을 만드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섬은 초기에는 플레이어가 접속을 해제해도 스스로 움직이면서 어떠한 플레이를 하도록 기획되었었지만, 여러가지 구현상의 문제들로 인해서 이 부분은 중반 이후 채용되었다가 말았다를 번복하면서 기획 전체가 폐기될 때까지 계속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이 게임 시스템을 구현한 최종 작업물에서는 스타크래프트처럼 플레이어의 마우스로 섬을 움직이고 커서를 바깥으로 밀면 스크롤되는 형태, 그리고 이것이 미니맵에 표시되는 부분까지 만들었었습니다. 더불어 각 방어 시설의 능력 사용을 하단에 아이콘 형식으로 늘어놓았죠. (언뜻 보면 이들 아이콘뿐만 아니라 미니맵 위치도 우상단에 있었기 때문에 현재의 World of Warcraft 의 인터페이스와 많이 유사하군요.) 그 외에 다른 부분은 좌측 벽에 아이콘 형식의 메뉴로 늘어놓았었고... 그 이외에는 저도 잘 기억이 안나네요...^^;; 아무튼 이 부분까지는 완성을 했었는데 여기서 게임 시스템에 대한 한계점이 팀 내부에서 많이 제시되었기 때문에 포기를 하게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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