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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기/사진

인간이 만들어 낸 또다른 세계

by 썰렁황제 2005.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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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은 하늘 아래 해가 저물어가면, 건물이 많은 서울시에서는 붉게 물들어가는 높은 건물들과, 가끔씩 석양의 빛을 전반사하면서 반짝이는 창문이 도시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곤 합니다.

  2002년 당시 구로 3공단은,  해외 이전으로 비어버린 공장 부지들을 아파트형 공장이라 불리는 건물들이 채워가기 시작했던 시기였고, 제가 근무하던 곳은 그렇게 막 들어선 모 빌딩의 9층이었습니다. 주변이 아직 대부분 공장 부지였고 해가 지는 방향에는 건물이 들어설 수 없는 곳이었기 때문에, 봄이나 가을 쯤 해서 해가 지게 되면 노을은 사무실 바깥 복도의 발코니로부터 반대편 통로 끝까지를 모두 빨갛게 물들여 묘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 사진을 찍던 당시는 아쉽게도 구름이 끼었기 때문에 그런 멋진 장면을 잡아내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그런 구름 뒤로 숨어드는 해를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잡아내었고, 구름과 렌즈의 힘을 입어 독특한 십자의 모양을 기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십자형으로 갈라지는 햇빛은, 인간의 눈이 아닌,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서만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아름다운 광경 중 하나입니다. 카메라가 빚어내는 이러한 아름다움은, 당시의 공간으로부터 느껴지는 복잡하면서도 그리운 감정을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를 대신하는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 2002년 1월 18일. Sony DSC-P30 으로 촬영하였습니다. F11.0, 1/500s, iso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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