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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회상

PC와의 만남 - 1편 -

by 썰렁황제 2004. 10. 26.
 내가 최초로 PC 를 본 것은 1984년 6월,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우리 어머니는 자식을 잘 키우기를 무척이나 바라셨었고 (비록 돈의 문제로 제대로 된 것이 거의 없었지만)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런 이른 시절에 컴퓨터를 만나보게 하셨다. 생각해 보라, 1984년이면 국내에선 초창기에 초창기 시절이다. 그런 시절에 PC 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관련 전시회를 찾아가보게 하셨다는 건 굉장한 정성임에 틀림없다. 서글픈 것은 그런 어머님이 현재 가족 중 유일하게 컴퓨터를 전혀 못쓰신다는 거지만 (빨리 돈 벌어서 조그만 노트북이라도 사드려야...)

  이러저러한 관계로, 실제로 PC 를 사용하는 교육을 받게 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시절이었고, 그때부터 처음으로 XT 를 구입했던 초등학교 6학년 겨울보다 조금 이전까지 나는 대우의 MSX 호환기종 CPC-100과 CPC-200 으로 BASIC 을 통하여 프로그래밍의 기초 부분을 공부했다. 그리고 그 시절 최초의 게임도 만들었고.... (비록 디스크 드라이브라는 놈 자체가 고가인 탓에 소스는 금방 소멸되었지만)


  한동안 XT 로 놀다가 학원에서 컴 공부를 다시 시작한 것은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 정보처리 기능사 2급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2개월 단기 코스를 밟았고, 그 짧은 기간 동안 프로그래밍의 잡다한 이론, 그리고 포트란과 코볼을, 직접 컴파일러를 돌려가면서 코딩을 통해 익혔다. 그리고 한번에 합격. 전화상으로 확인했을 때 정말로 무척이나 기뻤지만, 더 놀라운 건 그 때 따 뒀던 자격증이 나중에 내가 병역특례를 할 때 써먹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때로부터 11년 뒤의 일이다.

  그 후, 학원에서는 퀵 베이직과 파스칼을 배우고 난 다음,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어 (불행히도 당시 PC 에서 C 언어는 한국에서는 완전히 주도권을 잡은 툴은 아니었고, 게다가 원장선생님께서 불행히도 Pascal 쪽이셔서 C는 컴파일러조차 구할 수 없었다) 2-3개월 동안 개인적으로 삐대다가 결국 학원을 그만두고 난 후, 게임도 마땅히 할 것이 없어 혼자서 Quick Basic 코딩만을 줄기차게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집안이 망하면서 인천과 서울간에 분가된 상태로 살게 되면서 컴퓨터는 1주일에 1번이나 할까말까 하게 된 상황이 되었고, 그 동안 2200라인짜리 RPG 게임을 코딩하면서 스크립트라는 것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물론 당시는 스크립트라는 용어를 몰랐지만) 하지만 그것도 잠시... 결국 고등학교 들어오면서 집에서 컴퓨터를 만지는 것은 불가능하게 된다.

  당시 입학했던 고등학교에 마침 특별활동으로 컴퓨터 부가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물론 당시 입시 제도도 그렇고 고 1때에는 컴퓨터부를 신청할 수 없었으며, 고 3은 아예 불가능했으므로 오직 선택의 기회는 2학년 때 뿐이었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는 코딩을 할 수 있었고, 더불어 거기서 나는 처음 C 라는 언어를 접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시간은 극히 일부분이었고, 대부분의 시간은 컴퓨터와 보낼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고 1~고 2 시절을 연습장에 낙서하면서 보냈다. 지금 가진 그림 실력(이랄것도 별로 없지만) 의 대부분은 이 때 쌓여진 것이다. 그런 식으로 컴퓨터에 대한 첫 번째 암흑기가 서서히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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